영국일상생활 - 도로명 주소와 우편번호 (부제: 한국에서 이제 집도 못 찾아 가겠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영국 우편번호에 대해 참 직관적이고 논리적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갑자기 이 글을 다시 쓰고 싶어 진 것은 우리나라 우편번호가 이제 5자리가 되었다는 걸 지금 너무 뜬금없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시행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도로명 주소에 이어 국민들이 이제 자기 집 주소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인구가 많고 복잡한 수도인 런던의 경우 우리가 동서남북을 표시하듯이 각 방향의 영문 이니셜인 E, W, S, N를 이용해서 우편번호의 앞 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에 대충 우편번호를 들으면 어디 즈음 붙어있는 동네인 지까지 알 수 있다. 다른 지역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이니셜에 각 지역마다 숫자가 표기되어 예를 들어 맨체스터의 경우 M1, M2 이런 식으로 뻗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의 우편번호는 SW1A 1AA 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런던 우편번호를 보면 앞 부분이 SW1 으로 시작하니까 이건 런던의 South West 그러니까 남서쪽에 위치한다는 걸 알 수 있고 뒷 부분은 보통 그 구역 내에서 도로에 따라 나누어 지는 거라 딱 바로 알아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편번호가 이미 꽤 큰 임무를 수행해 내었다. 

도로까지는 대부분 상세히 알지 못한다고 쳐도 앞 부분만 들어도 대충 이게 어느 동네인가 알 수 있다는 건, 편지 봉투에서 주소를 쓰고 6개의 네모 칸은 항상 검색을 해야만 (어릴 때는 심지어 두꺼운 우편번호 찾는 색인 책을 찾아야만) 쓸 수 있던 한국에서 왔던 나는 이 시스템이 정말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편번호가 꼭 숫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도!

출처는 사진 속에. 영국 플랏쉐어 사이트인 spareroom.co.uk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 우편번호 시스템 혹은 도로명 주소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도 많고 꼬불꼬불 골목길도 정말 많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중복되는 걸 감안한다 쳐도 각 시도에 있는 모든 길에 이름을 부여한다고 생각하니,,, 창작의 고통이 느껴진다. 

기존 지번 주소 체계는 일제 강점기에 세금 징수를 위해 만들어졌다 들었었고 도로명 주소를 도입한 것이 선진국들의 체계를 따라간 거라고 하긴 하는데 아무리 우리나라 원래 주소가 영문으로 작성하기 어렵고 처음 만들어진 계기가 좋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매일 실상에서 사용하는 주소를 우리들이 어렵고 낯설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을 까 생각을 해 본다. 우편번호는 도대체 왜 바뀐 건지 아직도 난 전혀 모르겠고.

몇 년 전 도로명 주소를 처음 접했을 때 그냥 영국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내가 관련 공무원이었다면 어떤 제안을 했을까 생각하며 이렇게 글을 썼었다. 영문 주소와 한글 주소 이원화가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발전시키면 진짜 괜찮은 주소 체계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영어로 한국주소를 쓰면 구구절절 나오긴 하지만 차라리 도로명 주소보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YS1 KN, Seoul, Korea" 이렇게 쓰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은가? 

이 주소를 우편번호 대신으로 쓰고 앞에 무슨 아파트나 번지 같은건 그대로 쓰고,, 
"238 YS1 KN, Seoul, Korea"
"ABC 아파트 Building103 - 504, YS1 KN, Seoul, Korea" 
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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