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직장생활 - 영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나는 어떻게 이 곳에? Korean girl in UK

나는 이제 영국에 산 지 6년 차 외국인 노동자다.
영국에서 유학을 한 것도 아니고 영국에 굳이 오고 싶었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기회를 통해 한국에서 이렇게나 먼 이 곳에 살고 있다.

가끔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나에게 어쩌다 영국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 곳에 오게 되었냐고 묻는다. 솔직히 아직도 왜 Why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How 오게 된 것인지는 잘 안다.

2012년 우리나라와 영국 사이에 Working holiday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나는 연봉도 꽤 높고 복지도 좋은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너무나 큰 관료주의와 군대같은 회사 문화에 적응을 못해서 탈출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냥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사 동기와 함께 워홀 서류를 접수했는데 짜잔! 5: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회사 합격도 아니고 워홀 합격인데 아직 철이 없었던 20대 중반의 나이로 그냥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에서라도 일 하면서 좀 머리를 식히자 하는 생각으로 입사 후 채 1년 반도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고 영국으로 가겠다고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생각으로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지인도 그 어떤 연고도 없는 영국에 왜 어쩌다가 오겠다고 한 것인지...... 사실 아직도 뭐에 홀려서 그렇게 된 것 인지를 모르겠다. 그냥 좀 긴 여행으로만 생각을 했던 것일까. 부모님도 이 때는 그냥 어리니까 회사 생활이 힘들다 하니 잠깐 놀 수 있을 때 놀고 오라고 하자는 마음이셨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이란 나라가 나를 붙잡아 두려고 그랬는지 영국에 도착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영문 웹사이트 내용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돈이 꽤나 쏠쏠한 6달 짜리 프로젝트 일거리를 얻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회사가 진행하는 거라 영국에서 일할 때 필요한 National Insurance Number (NI Number)도 없이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었고 현금으로 돈도 꽤나 쏠쏠하게 벌었다. 그런데 문제는 안 그래도 연고도 없는 영국이었는데 혼자 컴퓨터만 보고 이렇게 일을 하니까 친구도 사귀기 어렵고 우울해 지는 것이었다. 큰 소리 치고 영국에 왔는데 이게 뭐야.....

번역을 하면서 알바 자리를 찾다가 보니 집에서 10분 거리에 일본 식당에서 알바를 구하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한국 분에 리뷰를 찾아보니 동네 맛집이라니 당장 찾아가서 인터뷰를 보고 바로 합격! 알바생들 중에 손님들의 요구를 제대로 알아듣고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나는 들어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청소나 서빙보다도 주문받고 계산하고 손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배치되었다. (참고로 난 영어는 한국에서 부터 좋아했고 잘했었기 때문에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일식당에서 일을 했을 거라는 건 상상도 못할 거다. 친구들한테도 걱정하고 돌아오라고 할 까봐 막상 식당에서 일 할 때에는 알리지 않았다.

식당은 나에게 결코 돈 때문은 아니었고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너무 힘드니까,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챙겨주니까 진짜 말 그대로 심심해서 경험 삼아 해 본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고 신기 하다가도 3개월 쯤 되니까 육체 노동이 점점 힘들게 느껴지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Indeed.com, Reed.co.uk 등 영국 잡사이트에서 일자리들을 찾아보고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경력도 물론 1년 반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고, 영국에서의 경력은 전무하다보니 진짜 Entry level 신입 레벨의 일자리들에서만 연락이 왔다. 물론 그래 신입이었지 그런데 영국도 의외로 신입들 연봉이 높지 않다. 적게는 18000파운드에서 보통 25000파운드까지. 실 수령액을 따지면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적은 거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외국인 노동자니까. 일단 경험을 하러 온 거니까 돈에 집중하지 않기로......  영국 회사들 몇 군데와 한국 회사 영국 법인 모두 인터뷰를 봤는데 결국 한국 회사 영국 법인에 가기로 결정했다. 한국 회사였지만 인터뷰를 본 내 보스가 될 사람은 핀란드 사람이었는데 일단 사람이 너무 좋았고 유능해보였고 인터뷰 과정에서도 정말 젠틀하고 프로페셔널 했다. 한국 회사라서 피할까도 생각했으나 진짜 이 보스때문에 한국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내 영국 진짜 회사 생활의 시작이 되었다.

입사할 때는 몰랐으나 우리 팀에는 진짜 한국 사람이 거의 없고 영국인 위주의 팀이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변화가 조금씩 있었으나 항상 기본적으로 영국인 5~60명에 한국인은 나 하나거나 한 두명 더 있는 정도. 주재원도 없는 팀이고 그냥 현지인들의 주도 하에 굴러가는 팀이라 한국 회사에서 한식을 먹고 한국인들과 종종 수다를 떨 수 있는 장점을 누리면서 영국 애들처럼 정말 내 일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는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슬럼프가 오고, 섬머타임이 끝나 너무나 짧아진 낮 시간을 볼 때 우울해서 글이라도 주저리 주저리 써 볼까 싶어 블로그를 시작해 본 건데 최근 이직의 꿈이 매우 불타오를 때 였는데, 회사의 장점을 생각하니 갑자기 내일 또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사는 직장인으로서 블로그에 영국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써보고 싶다. 해외 취업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나에게 부럽다고 하는 친구들이 아직도 많지만 진짜 그건 속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올 겨울도 역시 길 것으로 예상되니까,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남기고 싶다 :)


Comments

  1. Working Holiday 가 Walking Holiday가 되어 한국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잘 정착하신 영국 외노자님을 응원합니다.
    저도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8년 일하다 육아휴직을 1년 부여 받아 이곳에서 석사를 시작 했는데 영어는 예상했지만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군요. 석사 기간 중에 part-time 일을 좀 구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how'보다는 'why UK'가 아직은 더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종 들러서 'how'를 배워볼까 합니다. 화이팅. ( National Insurance number 가 필요한가? 라고 구글링을 하다 들르게 되었군요..후후)

    2018년도 수고하셨습니다. 2019년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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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연말이라 블로그를 소홀히 한 탓에 이제야 댓글을 보았네요. 육아휴직 중 석사라니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떤 공부를 하시는 지 모르겠지만 Brexit 때문에 아무래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들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도 없어서 외국인 채용은 좀 보수적인 것 같더라구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영국의 다양한 것들 많이 보고 듣고 즐기다 가시길 :) Why UK? 저도 아직 답을 못찾아서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아주 많이 많이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늘 구정이었는데 맛있는 식사도 하시고 한 해 멋지게 시작하셨길, Happy new year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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