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클레어는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전 후로도 일을 했는데, 사실 일이라고 할 수는 없고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스탠바이 상태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미 세일 프로모션을 진행시켜 놨었기 때문에 더 이상 특별히 챙길 것도 없었고, 내가 챙기려 해도 실제로 담당자들이 다 휴가 중이어서 그냥 형식적으로 몇 일 출근하고 나머지는 그냥 집에서 이메일만 가끔 체크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난 연말에 일하는 것을 오히려 좋아한다!!)
올 연말에 나는 갑작스레 한국 행 비행기를 끊었는데, 이틀 정도는 WFH (Working from home)으로 하고 나머지는 휴가를 7일 붙여 써서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주말, 크리스마스, 복싱데이랑 1월 1일 새해 연휴를 붙이니 그래도 한 2주가 나오길래.
올 해 사실 주말 껴서 연휴 껴서 휴가를 내가 좀 많이 다니긴 했지만, 한국 친구들이 나에게 휴가가 아직도 남아 있냐며 놀라서 질문들을 하더라.
- 4월 부활절 연휴 (주말 껴서 4일) + 휴가 2일 해서 오스트리아랑 스위스 다녀오고,
- 6월에 휴가 5일 써서 이탈리아 다녀오고,
- 9월에 친구가 놀러 와서 와서 3일 휴가를 쓰고 런던에서 같이 놀고,
- 10월에 태국 갈 때 6일 휴가를 쓰면서 이제까지 총 16 일을 썼고,
- 한국 가서 연말에 쓸 7일 까지 더하면 23 일을 썼고, 심지어 2일이 남았다.

<지난 달 다녀온 끄라비, 아 그립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영국 직장인들은 휴가를 몇 일이나 쓸 수 있을까?
우리 회사는 1년에 25일 휴가를 주는데, 영국 노동 시간 관련 법에서는 주 5일 일하는 풀타임 노동자들은 1년에 총 28일 동안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한다.
다만 고용주들은 이 28일 법적 휴가 기간에 국경일도 포함 시킬 수 있지만 영국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개인 휴가 25~30일 + 국경일 8 일까지 더해져 영국 직장인들 평균 휴가는 평균 연간 33.5일 정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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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공휴일 Bank holiday는 딱 8일 이다. 상반기에 5일, 여름 하루, 하반기에는 크리스마스 연휴 전 까지는 삭막하다 |
한국은 설날, 추석을 비롯해서 한글날, 개천절, 어린이날 등 오히려 공휴일 수로 따지면 15일로 거의 2배 가까이 많은 연휴가 있고, 한국에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총 15일 휴가를 주고 2년에 하루 씩 휴가를 추가해줬으니 내 친구들이나 동기들은 (한 회사에서만 계속 있었다는 가정 하에) 이제 곧 추가로 4일의 휴가를 축적하게 되게 되면, 실제 총 34일의 연휴가 있으니 사실상 나보다 휴가가 하루 더 많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는 거다.
그런데 휴가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적인 휴가의 양보다 얼마나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및 '휴가를 갔을 때 얼마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느냐' 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휴가를 신청할 때도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비싼 여름 휴가 기간에 가거나, 적당히 설/추석 연휴와 붙여 쓰면 길게 좀 다녀올 수 있지만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예를 들어 뜬금없이 3월이나 11월 이럴 때에 길게 휴가를 쓰는 것은 아직도 조금 불편하다고들 한다. 내가 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데 특별히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없는 이상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아직도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회사나 상사들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영국에 가끔 놀러 올 때 영국 심카드를 사서 쓰면 데이터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편리 할텐데 굳이 로밍을 해 와서 쓰거나 포켓 와이파이 기계를 사 들고 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함께 여행을 하며 차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휴가를 와 있어도 계속 기존 전화번호로 카톡으로 연락이 와서 업무를 어느 정도는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영국도 특정 업무 군에서는 고강도의 업무로 사람들이 휴가를 못쓰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기사들은 몇 번 봤지만 실제로 내 주변 영국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는 서로 다들 휴가를 자주 떠나니까 다 같이는 시간맞추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상사에게 휴가를 승인 받는 것은 그냥 형식적인 일이고 회사 시스템에서 휴가를 신청할 때 굳이 사유를 구구 절절 설명하거나 굳이 따로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언제 휴가를 쓰고 싶은지 (너무 갑작스레 신청하는 휴가이거나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꼭 내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 기간 동안 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으면 끝이다. 이름은 'Approval 승인' 이나 시스템 상 기록을 위한 것에 더 가깝다.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서로 휴가를 갈 것임을 알리고 그 전에 나에게서 필요로 하는 것들은 최대한 제공을 한 다음, 혹시나 실제 내 휴가 중에 급한 내용이 필요한 경우 연락을 할 수 있는 다른 팀원의 이름을 알려주어 업무에 공백이 없음과 동시에 내가 휴가를 온전히 즐기고 방해 받지 않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 놓는 것이다. 휴가 간 기간동안 이메일은 OOO (Out of Office) 설정을 해 두는 것은 물론 기본 에티켓!
온전하게 휴식하고 리프레시를 해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몸과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업무 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휴가를 생각하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했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이왕 떠나보내 주는 거 기분 좋게, 떠나 보내 줬으면 마음도 정말 떠나서 푹 쉴 수 있게 해 주자. 이게 특권이 아닌 당연한 직원들의 권리이며 회사와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작은 비법 중 하나라는 것을 많은 회사들과 리더들이 알고 실천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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